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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후기

반도의 흔하지 않을 7공주 이야기



써니라는 제목만 알고본 영화입니다. 요즘 꽤나 흥행하고있다는 정보만가지고 어떤 영화인지 정말로 제목말고는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깔끔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줄거리만을 쓰는건 책읽고 줄거리쓴 독후감만큼이나 지루하고 재미없으니까 보고 느낀것들 ,  작가/감독의 의도는 이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부분위주로 글을 적어보도록하겠습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으니 영화를 안보신분들은 살포시 뒤로를 눌러주십시오~)

0. 매우 적절한 캐스팅과 시대를 나타내주는 단색계열의 의상들
아역과 현재의 모습이 매우 닮아있다는 걸 본 사람들은 다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어쩜 저렇게나 비슷한 캐스팅을 할 수 있었을까요. 옷들도 잘 살펴보면 단색계열의 비비드함으로 충분히 시대적 분위기를 살렸다. 그리고 학창시절 전라도 벌교에서 서울로 전학온 나미는 청자켓, 청바지의 금기시되는 청-청패션을 선보인다. 잘 나가는 언니들은 그때에도 모던함 그자체였다. 요즘도 유행하지만 이 언니들은 나이키 아디다스가 아니면 안된다.


                                                                                                              7공주들의 리더 , 하춘화

                                                                                                           범생스타일의 귀요미 임나미

욕쟁이, 진희

쌍커풀은 나의힘, 김장미

숨겨진 폭력성! 금옥

거울자주보고 미스코리아는 내꺼입니다라고 하던 복희

쉬크하고 도도함 그 자체 수지(민효린).

사진의 출처는 다음영화에서 퍼왔습니다. 왜 민효린(마지막사진) 사진에는 반만 나와있을까 하고 생각을 했는데 영화스토리상 처리한 것이라고 추측되네요. 보신분들은 무슨 의미신지 다 아실듯

1. 남자들의 우정을 그린 영화였다면 이 영화는 흥행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진부하게 남자들의 우정을 그렸다면 그저 지나가는 한편의 영화에 불가했을텐데, 써니는 여자들의 우정을 그렸기 때문에 식상함에서 한발짝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전세대의 학창시절을 그린 영화는 꽤 많이 흥행했습니다. 영화 '친구', '말죽거리 잔혹사', '클래식' 대부분 흥행도 하고 재미있게 본 영화들이네요. 제가 그 세대는 아니지만 상당히 공감가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시대가 지나도 예전이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는 부분은 있기 마련이니까요. 지금은 조금 더 삭막해지고 인간미가 사라졌다는게 슬프네요. 몇십년이 지나서 지금 10대 20대의 학창시절을 그린 영화가 나온다면 저렇게 유쾌하게 그려질까요. 한편으론 씁쓸한 마음도 드네요.

2. 무엇이 그들을 이끌었나?

5공시대를 배경으로한다. 즉 그시대에 학교를 다녔던 현재 10대후반에서 20대들의 부모님들께서 보시면 참 좋을 영화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것을 반증하듯 실제로 극장엔 20대도 많았지만 우리 부모님 연배분들의 모습이 꽤나 많이 보였습니다. 10대, 20대에 비해서 40대 이후의 사람들은 극장을 찾는 비율이 현저하게 떨어지는게 사실이겠죠. 하지만 그들이 극장에 찾은 이유, 그것은 써니였다.

3. 쉴새없는 유머와 패러디

굳이 장르를 나누자면 이것은 드라마로 봐야할텐데 코미디 드라마라고도 볼 수 있겠다. 마침 이 글을 쓰면서 네이버를 검색해보니 코미디, 드라마라고 뜨는 이런 경우가!
배역들의 이름부터가 우스꽝스럽지 않나요? 하춘화, 임나미, 금옥, 김장미,  나중에 보면 상미(본드녀) 옆에 앉은 이인자(2인자 ㅋㅋ)도 있다. 나중에 보니까 한자로 李人子인줄 알았지만 책에 이름쓴걸보니 그건 아니었던것 같네요. .(이런 디테일한 요소들 보는것도 영화의 재미겠죠) 뿐만 아니라 스펙타클한 욕설들, 그러나 전혀 상스럽지 않게 들리죠. 그만큼 때묻지 않은 욕설이라서 그럴까요. 김용옥할머니는 그리 큰 비중은 아니었지만 '화려한'욕설때문인지 미친존재감을 보여주셨습니다. 예전에도 영화에선가 드라마에선가 욕설 비슷하게 해서 화제가 되곤했었죠.  시베리아 벌판에서 얼어죽을 십장생아! 뭐 이런식으로요 ㅋㅋ
아마 조만간 플래쉬로 또다시 패러디의 패러디가 나올거라고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중간 중간에 나오던 소피마르소 출연의 영화 라붐 패러디도 좀 웃겼죠.


4. 나의 학창시절을 회상하다.

나는 여자도 아니고 5공시대에 학교를 다닌것도 아니지만(태어나지도않았죠) 나의 학창시절을 떠올려 봅니다. 초등학교까지는 모르겠고, 중고등학교때부터는 무한경쟁의 파도속에서 쓸려다니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항상 무엇가에 쫓기듯 살아갔죠. 그런데도 중고등학교 시절은 좋았던 것 같습니다. 역시 친구들이 있었기때문이겠죠. 극 중에 이젠 어머니가 되어버린 나미는 등교/하교 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자신의 가장 찬란했던 시절을 떠올립니다. 지금은 딸의 눈치를 봐야하고 남편눈치 등등 집안일에 어깨를 눌린채 살아가고있지만 예전엔 찬란하게 빛나는 별처럼 빛날 수 있게 서로를 비춰주던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5.  옛 사랑을 찾아서

나미의 사랑은 친구집에 놀러온 동네의 오빠였습니다. 여차저차해서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해준 그 오빠는 친구의 남자친구였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그래서 결국 포기를 하게 되고 훗날 그 옛사랑의 기억을 가지고 결국 지방에서 카페같은 것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아내죠. 그곳에서 기억 속의 그 멋지고 잘생겼던 훈남 오빠는 온데간데 없지만 저쪽에 있는 늙은 아저씨가 그 오빠였다는 사실을 직감합니다. 그리고 "오랜만이네요"라는 말과함께 부치지 못했던 소포(선물)을 주고 쿨하게 떠나죠. 이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사실 무언가 더 쓰고 싶은내용이 많았습니다만 자꾸 포스팅을 미루고 미루다보니까 잘 기억이 안나는 부분도 있고 절제된 부분도 있고 그렇네요. 다른 걸 떠나서 어머니에게 꼭 추천해드리고 싶은 영화입니다.